중증장애인 재택근무, 어디까지가 관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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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달자립센터 작성일26-02-22 20:15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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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권명길 칼럼니스트】최근 한 중증장애인 근로자가 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재택근무 환경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작년부터 하루 4시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9년 가까이 현장근무를 해온 경험이 있어, 현재의 근무 방식이 다소 단조롭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 반복되는 업무는 재택근무자의 공통된 일상일지도 모른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업무 내용과 근무 조건으로 이어졌다. 기사 스크랩이나 블로그 포스팅 등 재택근무를 하는 중증장애인에게 주어지는 업무는 비교적 유사했다. 다만 출퇴근 방식과 근무 관리 규정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사례가 공유됐다. 해당 근로자는 근무시간 중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별도의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았다고 했다. 재택근무 교육 당시, 화장실을 포함한 모든 자리비움은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는 안내를 했다고 한다. 반면 다른 재택근무자의 경우, 교육 과정에서 화장실과 관련한 별도의 보고 규정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 재택근무 형태임에도 관리 방식에는 차이가 존재했다.
해당 업무가 실시간 고객 응대 직무도 아니고, 팀 일정에 직접적인 지장을 주는 구조도 아닌데, 짧은 자리비움까지 일률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표현은 ‘자리비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화장실 이용 사실을 알 수 있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사생활 영역이 침해되고 있지는 않을까?
재택근무는 대면 감독이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업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행위까지 관리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 배뇨·배변 기능의 어려움이나 통증, 피로로 인한 잦은 이동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동일한 ‘자리비움 보고’ 규정이라 하더라도 그 부담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형식상 동일한 규정이 반드시 실질적 평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사용자에게 합리적 편의 제공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와 근로환경의 적정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보다는 상황과 특성을 고려한 조정, 즉 실질적 평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재택근무 관리 규정 역시 장애 특성을 반영해 설계되고 운영될 필요가 있다.
재택근무는 유연한 노동 형태로 확산되고 있는데, 운영 방식에 따라 관리와 통제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근무 관리의 범위는 어디까지가 합리적인지, 그리고 장애 특성은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재택근무가 감시가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할 때, 지속가능한 노동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